2달도 더 전부터 계획해오던 부산여행의 날이 다가왔다. 진짜 이 날이 올거라고 믿지 않았고 여행에서 돌아가면 모든 게 끝나는 거라서 조금은 두렵기도 하다. 1년전만해도 아니, 반년 전만해도 홀로 몇십만원의 거금을 들여가며 부산이라던가 그 외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던가. 그래서 더욱 내 돈으로 내 스스로 여행을 온다는 게 내 자신이 기특하기도 하고 믿기지 않는다. 지금 이 소중한 시간들이 너무 빨리 지나가버릴까봐 무섭다. 지금 이 분위기와 시간, 풍경, 파도소리, 온도, 나의 기분 이 모든 걸 하나하나 기억해서 곱씹고 싶다. 지금 마시는 과일차 한 잔과 딸기타르트. 그리고 여기에 적고 있는 일기까지 모든 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요소이다.
이번주내내 여행을 떠올리고 준비했다. 여행 플리를 만들겠다고 어떤 노래를 넣을지 고민하고, 옷을 사고, 날씨를 알아보고, 필요한 것들을 생각해서 구매하고, 신발을 사고, 휴가를 내고, 생리 일정을 확인했던 모든 것은 오로지 이순간을 위해서였다. 어제 밤까지 끝없이 고민하고 아침에도 계속 고민하다가 겨우 모든 걸 마치고 출발했다. 여기에는 엄마의 도움도 컸다. 고마워 엄마!
조금 일찍 기상해서 준비를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짐을 챙겨 김포공항을 향해 출발했다. 재밌는 점은 버스를 타고 가는 것보다 자전거를 이용하는 게 시간이 더 적게 걸렸다. 아무튼 나는 버스를 탔다. 비행기를 스스로 준비해서 탑승하는 건 처음이라 많이 불안했지만 무사히 탑승을 했다. 비행기 안에서도 이 시간을 소중히 여기기 위한 마음을 기록하고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관찰했다.
사실 이 모든 건 트위터 일상계 @Daytoy_chu에 기록했다. 그치만 일기는 일기!
그리고 김해공항에서 내린 후 나는 너무 배가고팠지만 꾹 참고 숙소로 향했다. 가는 동안 경전철을 타고 부산의 풍경을 관찰했다. 바다말고는 서울이랑 크게 다르지 않다. 당연하지만! 그리고 지하철에서는 사람들 속에서 자연스럽게 섞였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광안리, 그리고 나의 숙소에 도착했다.
기대했고 내가 알고있던 그대로의 숙소였다. 20층 높이에서 바라보는 광안리의 전경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지금도 일기를쓰면서 바다를 종종 바라보곤한다. 아무생각이 없어져서 좋다. 뭔가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 나스스로 나에게 선물해주는 힐링은 정말 좋은 거 같다.
그 후 짐을 조금 풀고 화장을 조금 고치고 배고프니까 서둘러 밀면을 먹으러갔다. 다와스시의 추천가게, 본가제일밀면으로 향했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라서 걸었다. 맹새코, 걷는 동안 노래를 듣지 않았다. 이 부산 광안리의 소리와 풍경을 눈과 귀에 담았다. 그리고 도착한 밀면가게에는 사람이 적었다. 내가 간 시간이 오후 4시 반정도로 손님이 적을 시간이긴 했다. 물밀면을 시켜서 맛있게 먹었다. 엄청 특출나게 맛난 맛은 아니었다. 솔직히 밀면이라는 음식 자체가 처음이라 비교대상이 없다. 그래도 배부르게 먹었다. 심지어 조금 남겼다. 맛없어서는 아니고 양이 정말.. 너무 많았다. 나는 배가 너무 고파서 더 조금먹을 수 밖에 없었다.
다음 목적지는 시장이었다. 남포동에는 국제시장, 깡통시장, 자갈치시장 이 세개가 다 있단다.ㅋㅋㅋㅋㅋㅋㅋㅋ
자갈치는 아쉽게도 못 갔고 국제시장부터 들렸다. 가는 동안은 버스를 타고 한 방에 갔다. 가는동안은 계속 노래를 들었다. 그리고 풍경을 감상했다. 부산 ifc몰도 보였다. 기분이 묘했다. 저곳에 대해서는 나만의 깊은 감상이 있기 때문에. 그래서 사진도 찍었다. 조금 좋지 않은 기분도 들었지만 그냥 그랬다. 생각해보면 정말 외로웠을 거 같다. 지금 상황에 만족하고 나는 행복하니까 괜찮다.
그리고 국제시장에서는 물떡을 먹었다. 솔직히 거기서 그걸 두개나 먹을 생각은 없었고, 그 가게에서 먹을 생각도 없었다. 근데 호갱당해서 3000원주고 배터지게먹어버렸다. 절대 자의가아니었다 ㅜㅜ 나는 한개만 먹고싶었다. 조금 화가났지만 가라앉히고 시장구경후 깡통시장으로 갔다. 정확히는 야시장으로. 너무 배불러서 입맛이 없었지만 겐트베이커리에서 타르트랑 빨미카레를 샀다. 빨미카레는 집에 가지고 가야지. 그리고 타르는 내가 먹어야지! 그리고 지금 먹고있다.
그리고 이걸사고 오봉통닭에 갔다. 여기가 맛있다는 블로그 글이랑 트위터 트윗을 봤기 때문이다. 고민도 없이 갔다. 물론 결과는 그냥 그랬다. 나에게는 너무 많은 양을 구매해야했고 다와스시를 불러서 먹었지만 다 해치우지 못했다. 그래서 간장은 다와스시 집으로 보냈다. 남은 양념은... 어쩌면 버리게 될 거 같다.
마지막으로는 집에 어묵을 보내야겠다는 강한 생각이 며칠전부터 있었기 때문에, 고래사 어묵에 갔다. 어묵을 3만원 어치정도 사서 집으로 택배부쳤다.
가족들이 좋아했으면 좋겠다.ㅎ ㅎ
비틀비틀 졸면서 버스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어영부영 세수를 하고 누워서 조금의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곧 다와스시가 와서 치킨을 먹으면서 담소를 나눴다. 그리고 조금 먹다가 지쳐서 침대에 누워 하이큐회지를 읽었다. 19금은 정말 쩔어줬고, 시대물은 최고였다. 더 기억남는 건 아포칼립스배경인 거랑 냥이 육아물. 그냥 하이큐라는 걸 제외하고 창작내용으로서도 너무 재밌었기 때문이다.
다와스시에게 타르트도 먹여주고싶었는데 너무 시간이 늦어 먹일 수 없었다. 결국 나 혼자 먹으면서 일기를 쓰는 처지가 되었다.
이 모든 건 나쁘지 않다. 오늘 입고온 가디건이 따뜻해서 마음놓고 야외테라스에서 일기를 쓸 수 있다는 점도 너무 좋다. 엄마 고마워..!! 나중에는 꼭 엄마를 데리고 둘이 여행가야겠다. 어디로갈지는 몰라도.. 엄마가 많이 부러워하는 걸 느꼈다.
어쨌든, 이번 여행에서 진짜 중요한 건 나 스스로 계획했고 나 홀로 떠났다는 거다. 이렇게 한 공간에서 나 홀로 잠든 적이 있던가? 아마 내 인생에서 이런 적은 1번 있을까말까였을 거다. 그래서 내가 스스로 이 기회를 만들었다. 나는 가족구성원이 많다. 둘째로 이리저리 치여살기도 했다. 사실 크진 않았고 둘째라서기보다는 그냥 이 가족의 일원으로 나는 치여살았다. 그런 나에게 처음 선사해주는 온전한 해방감이다. 역시 돈을 번다는 건 좋다. 아무리 회사다니는 게 힘들어도 돈을 벌어서 금전적 여유가 생긴 건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내 인생에서 이토록 여유있는 마음과 몸을 가진 게 얼마만일까? 초등학교 이후로 처음이 아닐까. 특히 바로직전 3년 고등학교에서 보낸 3년은 너무 혹독하고 힘들었다. 여유는 커녕 주말도 없는 5년을 살아왔고 마지막 고3은 인생에서 제일 심적으로 힘들고 또 내가 가장 많이 성장했던 때다. 고통은 인간을 성장하게 만든 다는 건 정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미화가 아니라 그땐 세상에서 나라는 존재를 모두가 잊어줬으면 할만큼 힘들었고 가족들과 마주하는 것조차 스트레스였다. 8월, 9월에는 학교를 가는 것 조차 극심하게 힘들었고 먹는 것도 최소한으로 먹고 일상에서 모든 걸 지운채 살았다. 미화하나 없이 그때가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다. 그치만 그 시련이 날 성장하게 해준 건 분명하다. 19살에 취업을 준비하며 여타 고등학생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선택했다. 20살인 지금도 흔히들 선택하는 대학이라는 길이 아닌 취업의 전처를 밟았고 직장인으로 생활하고 있다. 분명 쉽지 않다. 근데 고통에 무뎌진 나는 괜찮다.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하는 게 아니라 정말 그냥 살아간다. 그리고, 안괜찮으면 어떡해? 그만둘 수도 없고 지금 당장 대학을 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내 의지든 환경의 압박이든 결국은 내 선택이었다는 건 변하지 않고 회피하고싶지 않다. 내가 책임지고 견뎌내야하는 게 지금의 내 인생이다.
그래도 이른 나이에 직장생활을 하고 사회인이 되면서 남들보다 내가 성숙해졌다는 걸 느낄때가 많다. 조금은 씁슬하기도 한데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취업을 준비하던 지옥같던 2020년을 생각하면 이 생활은 적어도 '뭔가를 이뤄내야하고, 뭔가가 되어야 한다'라는 압박감이 없는 여유를 가지고 있다. 이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잘 알고있고 감사하고있다. 남의 시선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방법은 터득하지 못했다. 내가 취업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아깝다고 말했다. 솔직히 그런 말 좋은 건 아니다. 어떻게보면 칭찬이기도하다. 내가 얼마나 가능성있는 사람인지 아니까 그렇게 말해주는 거겠지. 근데 나는 내 행복을 찾는 방법을 터득해가고있다. 주변 환경을 탓하지 않는 방법을 알고있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보고 꽃밭같다고 할 수도 있다. 근데 솔직히 그렇게 말해도 상관없다. 나는 스스로 꽃밭이 되기를 선택했다. 나도 이런 사람이 너무 싫었다. 얼마전까지. 근데 고3 세상에서 사라지고싶을만큼 힘들었던 그때 이후 나는 이겨내는 방법으로 꽃밭을 선택했다. 굳이 얽매이지 말자고 다짐했다. 어쨌든 나는 나를 믿으니까 나는 나를 사랑하니까 나는 분명 어떻게든 뭔가 될테니까 일단 눈앞의 행복에 치중하자고 마음먹었다. 그과정에서 정말 함께 해줘서 고마운 예니. 그래서 더욱 예니와 있는 시간이 힐링인 거 같다. 고삼시절 정말 고마운 친구.
생각해보면 그렇게 압박감을 가지도 않아도 됐는데 왜 그랬을까? 근데 나는 그 심정을 너무 잘 이해할 수 있고 솔직히 이 기억을 가지고 다시 돌아가도 압박감에 시달렸을 거라고 생각한다. 일단 나는 너무 이른 나이에 돈의 중요성을 알아버렸고 열심히 살아야만 벗어날 수 있다는 걸 알아버렸다. 현실은 어린 나에게 가혹했고 지금도 차라리 어린시절이라도 더 해맑았다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바꿀 수 있는 건 없다. 그러니 그런 과거를 통해 쌓아진 현재의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드는 데 힘쓰려고 한다. 이번 여행도 그 일환이다. 나에게 내가 직접 선물해주는 생일선물 겸 힐링여행. 그래서 더욱 이번 여행이 행복하고 즐겁길 바란다. 잠시 현실이라는 벽에서 벗어나 행복한 생각만하고 좋은 것만 보고 듣고 맛보고 돌아가자. 냉혹한 현실은 며칠 뒤로 미뤄두자. 이번 여행으로 앞으로 시간을 더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마디를 새기고 더 성장하는 내가 되자. 뭔가 느끼고 돌아기를 바라며. 20살은 충분히 어리고 어린데 사회생활을 하며 어쩌면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거 같다. 지금 눈물이 날 거 같은 걸 보니까 맞는 거 같네. 지금 여기서 2박 3일만큼은 나 자신에게 어리광부리고 포용해주자. 가족들에게도 친구들에게도 마음껏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 없고 기댈사람이 나밖에 없다면 나 자신에게 마음껏 기대자!!
2021.05.09로 막 넘어온 새벽.
일요일 아침이 밝았다. 어젯밤 일부로 햇살에 눈뜨고싶어서 블라인드를 다 걷어놨다. 아쉽게도 햇살이 눈부셔서 깨긴했지만 4번을 넘게 다시 잠들었고 결국은 다시 발을 내렸다. 10시쯤 여유로운 아침을 맞이하고싶다는 생각으로 겨우 눈떴다. 사실 늦었다. 강복히는 11시쯤 도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나는 여유를 부린다고 팩을 하고 테라스에서 타르트를 먹고 차한잔했다. 이유는 그러고 싶어서 ㅎㅎ
그 후 어영부영 준비해서 수영구청앞에서 기다리는 강복희를 찾아갔다. 가는 길에 날씨가 너무 따뜻하고 좋아서 행복했다. 오늘 준비한 옷이 얇아서 추울까봐 많이 걱정했는데 다행히 날이 너무 더워서 날 만족스럽게 해줬다. 아무튼 산뜻한 옷을 입고 강복희를 접선했다. 나는 약간 민망할정도로 바캉스룩이었다. .. .
우리는 계획했던 스프카레 집 스스키노를 갔다. 와.. . 일단 진짜 맛있었다. 스프카레를 먹어본 적이 없다. 근데 아무튼 정말 맛있었고 야채가 가득이라 좋았다. 물론 다 먹진 못했지만!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며 스프카레를 다 먹었다.
그 후에는 일명 빵천동, 남천동을 갔다. 엄마가 나 부산가기 전부터 그렇게 베이커리로 유명한 동네가 있다고 빵거리가서 빵사오라고 닦달했다. 그래서 나는 반강제적으로 빵천동에 갔다. 3군데 베이커리를 돈 후 며칠 버틸 수 있을 거 같은 메뉴들로 골라서 샀다. 총 5만원정도 긁은 거 같다. 참 나 가족한테 뭐 많이 샀어. 그래서 두봉지 가득 들고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이건 우리가 가려는 목적지 '녹아내려'가는 길에 숙소가 있기 때문에 들른 거다. 그래서 숙소에 짐을 놓고 뒤따라 녹아내려(라고 쓰고 부산 최고의 명물이라고읽는다)에 갔다.
녹아내려는 정말 부산 최고의 명물이다. 센텀시티, 국제시장, 깡통시장, 돼지국밥, 밀면 다 저리가라. 녹아내려가 진리다. 여기가 꼭 서울에 오게되면 좋겠다. . . 안그럴 거 같지만 ㅜㅜ!! 여기를 알게된 게 이 부산여행의 최고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나중에 엄마 데리고 다시 와서 먹고싶다고 생각했다.
그 후에는 우리가 기다리고 기다리던(정확히는 나와 강복히가.) 아쿠아리움 상어밥 주기 관람이 4시에 있어서 후딱 씨라이프로 이동했다. 우와 . . . .진짜 오랜만에 아쿠아리움을 온 건데 정말 생각보다 엄청난 생물들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 재밌게 관람했다. 사진도 많이 찍고 상어도 제대로 보고 가오리도 보고 가오리 밥 먹는 것도 봤다. 그리고 어영부영 5시 넘어서 올라왔다.
해운대에서 사진 좀 남기고 리시엔의 사진 따라찍기 우리도 중장르 의리로 해주고 개미집에 갔다. 아쉽게도 개미집에서는 일반인 모드의 음식사진을 남기지 못했다. 그래도 좋았다. 근데 생각보다는 별로였다. 낙곱새가 엄청나게 맛있는지는 모르겠다. 기억미환지 뭔지 모르겠지만 옛날에 목동에서 먹었던 낙곱새가 더 맛있는 거 같기도? 그래도 맛없지는 않아서 잘 먹고 나왔다. 필름 카메라를 내가 개봉해버려서 날라간 필름에 대한 시발비용으로 아트박스에서 비싼 돈 주고 하나 사버렸다. (쓰지도 않을거면서)
그리고 원래 가려던 기찻길은 시간이 부족할 거 같아서 패스하고 지하철타고 서면까지 이동했다.
서면에서 우리가 가려는 곳은 바로 최애를 보여주면 커스텀 칵테일을 만들어주는 칵테일바였다. 부산 서면 11자리 커스텀 칵테일! 너무 좋았다. 일단 주인이 여자분 둘. 그리고 두분 다 덕후들이셔서 덕후의 맘을 잘 아시더라. 한 분은 진정령도 보시고 현장르는 투디 애니신듯 했다. 친근하게 말걸어주시며 커스텀 잘 해주셔서 만족스러운 토끼무선ver.칵테일을 마실 수 있었다. 또 가고싶다. 부산에 다시오게된다면 녹아내려와 이곳을 꼭 가야지!
그리고 강복희와 빠빠이 하고 다와스시랑 버스타고 돌아왔다. 오는 길에 와인가게에서 와인한잔이랑 치즈를 샀다. 지금 이 순간을 위해서! 그리고 광안리 밤바다에서 다와스시가 사진을 잔뜩 찍어줬다. 얼굴이 나온 건 대부분 망했다. 슬프게도 . . .내가 저렇게 생겼나 진짜?
그 후 다와스시를 보내고 편의 점 몇 군데를 돌며 과일 치즈가 있나 확인했다. 그 후 인생네컷같은 걸 좀 찍었다. 만족스러운 결과물이다. 기다릴 때 내가 원하는 그레이 배경 관 사람이 너무 안나와서 좀 빡쳤었다. ,, , ,그래도 꾹 참고 기다려서 찍었다. 맘에 들어.
그 후 바로 집에와서 씻었다. 일단. 왜냐면 나는 모래에 젖은 발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씻고 방을 조금 정리해두고 팩을 한 다음에 치즈와 와인 그리고 다와스시가 사준 말차롤을 가지고 테라스로 나왔다. 이렇게 일기를 쓰고 있다. 이 행위가 나에겐 너무 의미있는 그자체다. 일기를 씀으로써 하루를 정리하고 다시 상기시키며 의미를 더할 수 있다. 그리고 감정을 다시 떠올리며 정리하고 언제라도 다시 떠올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나란 사람에게 감성을 더해주니까. 솔직히 그동안 내 인생에 감성 요딴 게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찾아온 순간이 너무 반갑고 소중하다. 나 홀로 와인 한잔과 그에 어울리는 치즈와 달달한 말차 한 롤. 불어오는 바닷바람과 잔잔학 물결치는 바다를 옆에 두고 들려오는 일상 소음. 어떻게 안 소중해. 이 소중한 2박3일의 둘쨋날을 마무리하며 딱 좋은 거 같다. 내일이 오는 게 싫어서 늦게 잠들지도 모른다. 서울로 돌아가는 건 뭔가 현실로 복귀해야함을 뜻해서 너무 반갑지 않다. 두렵다. 그래도 여행이 더 신나기 위해서는 현실을 견디는 게 필수겠지. 나는 결국 이겨내고 한주를 또 살아가겠지.
5월 9일을 마무리하는 밤.
절대 다가오지 않기를 바랐던 10일 아침이 밝았다. 서울로 올라가는 날이다. 그래도 여유로운 아침을 맞고싶다는 일념으로 밤잠을 설쳐서 늦게 잠들었지만 10시에 일어났다. 오늘도 햇살에 기상하기를 바랐지만 날씨가 안개가 가득했다. 조금 아쉬웠지만 괜찮다. 일어나서 대충 준비를 하고 숙소를 정리했다. 12시 체크아웃이지만 예정보다 조금 일찍 11시가 넘은 시각에 숙소를 벗어났다. 12시까지 있고싶었는데 어쩌다보니 이렇게 됐다. 아침에 차라도 한 잔 하고싶었는데 너무 배고파서 어쩔 수 없었다. 광안리를 벗어난 지금 조금 후회가 된다.
내가 첫번째로 간 곳은 브런치 카페 리안광이다. 뭘 먹을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국 결정한 메뉴는 브런치. 정하고도 어느 가게를 갈지 많이 찾고 알아보다가 여기로 결정했다. 결과는 꽤나 만족스러웠다. 만족스러워야만 하는 가격이기도 했다. 브런치가 1.6 음료가 0.6정도 했다. 진짜 제대로된 프렌치토스트는 처음이었는데 되게 부드럽고 달달했다. 입에서 녹는 거 같았다. 다만 너무 물려서 마지막 조금은 남길 수 밖에 없었다. 혼자서 여유롭게 브런치를 다 먹고 정말 광안리를 뒤로 하고 떠났다.
내 목적지는 영도였는데, 짐이 너무 많아서 남포역 보관함에 맡기러갔다. 현지인왈 거기다 맡기는 게 좋을것 같다하니. 그래서 41번 버스를 타고 남포역으로 갔다. 저녁 8시 비행기라서 그때까지 짐을 가지고 있을 수 없으니 필수였다. 내 디저트 아 정확히는 가족들의 디저트가 약간 걱정됐으나 어쩔 수 없다. 그래서 크로스백이랑 아이패드, 키보드만 챙겨서 영도로 향했다. 영도로 가는 길에도 버스를 탔다. 영도는 섬이라서 가는 지하철이 없다고 한다. 당연하군. 아무튼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갔다. 사실 버스타다가 치마자락을 밟았다. ㅜㅜ 너무 길어서 그 이후로도 많이 걸리고 밟고 했다. 영도에 도착해서 어찌저찌 골목길로 흰여울 문화마을에 당도했다.
월요일이라그런지 사람도 적고 한적했다. 일단 마을의 분위기와 감성 대만족! 들어오자마자 펼쳐진 바다와 양옆으로 늘어진 예쁜색의 골목들이 좋았다. 밑으로는 산책로가 보였다. 나도 조금 걷고싶긴 했는데 계단 내려가다가 고꾸라질까봐 관뒀다. 그리고 나는 그냥 무작정 왼쪽으로 이동했다. 골목이 너무 예뻐서 사진을 많이 찍고싶었는데 날 찍어줄 사람이 없었다. 경복궁에서는 혼자서도 잘 찍었는데.. 여기는 보는 눈이 계속 나타나서 힘들었다. 그래도 어영부영 한장을 남겼다. 맘에들지는 않는다.
원래 내가 가려던 곳은 손목서가라는 유명한 카페였다. 근데 막상 가다보니 거기만큼 뷰가 좋은 카페들이 많았고 손목서가에 사람이 너무 많아보였다. 그래서 그냥 가는 길에 본 고양이 카페 4층짜리 루프탑 카페로 갔다. 사람이 거의 없었다. 여기서 대만족. 카페에 대한 소감을 밝히자면, 고양이는 한 마리가 입구에서 누가오든말든 하고 자고있고 한 마리는 안 보인다. 카페 2층에는 벌레가 많다. 야외랑 이어져있어서 그런가보다.. . 이게 조금 아쉬웠다. 그리고 카페가 어쩐지 정리정돈이 잘 안 되어있다. 고양이가 있어서 그런 것도 큰 거 같다. 그래도 사람이 적어서 마스크 벗고 넓은 자리에서 폰도 충전하면서 일기도 쓸 수 있다. 혼자라서 가끔 괜히 사람들 보면 기죽기도 했는데, 그래도 혼자라서 좋다. 사실 의상이 너무 펄럭거리고 누가봐도 여행온 사람이라 그랬던 것도 크다. 그치만 뭐 어때 여행온 거 맞는데?
일기를 쓰다가 밖으로 이동했다. 그래서 그림도 그리고 그냥 사진도 찍고 그랬다. 앞에 보이는 바다가 좋았고 날이 점점 맑아지는 듯 했다. 그리고 사람이 없고 바람도 선선하게 잘 불어왔다. 무엇이든 그려드립니다를 하면서 이상한 것들도 잔뜩 그렸다. 근데 재밌었다. 내가 언제 이런 걸 하겠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런 의미없는 행동들도 다 좋았고 심지어 의미있게 느껴졌다.
그리고 문득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에 사진관을 알아봤다. 그리고 4시쯤 왔는데 더 일찍 올 걸 그랬다.. 대기가 좀 있었다. 국밥을 포기하더라도 사진은 찍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대기에 참가했다. 왜냐면 국밥은 솔직히 서울에서도 먹을 수 있지만 여기 '파란만장사진관'은 여기서밖에 찍을 수 없다. 이 영도의 바다도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데 이 순간을 차라리 더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국밥을 못 먹게 되어도 나는 괜찮아. . .!!
결국 나는 파란만장 사진관에서 사진을찍었다. 1시간을 기다렸지만 그만큼 나에겐 사진이 소중했기에 괜찮다! 그리고 오래기다렸다고 보정도 하나 더 해주셨다. 결과물도 만족스럽구!! 보정하면서 사장님이랑 조금 대화했는데, 딱 나보고 보정 많이 안 하는 게 좋으시지 않냐고 그러셨다. 어떻게 알았지..?라고 생각하는 와중에 그럴 거 같은 느낌이라고 그러셨다. 이게 바로 센스가 아닐까..!? 사진찍을 때도 해바라기 내 오늘 분위기와 컨셉에 너무 딱이라고 들어보라고 권유해주셔서 들었다. 그래서 맘에드는 사진 건졌다!!
그리고 나보고 광안리에서 왔죠? 라면서 혼자오는 사람들은 다 광안리간다고 ㅋ ㅋ ㅋ ㅋ
국밥은 결국 포기했지만 더 오래남는 사진을 건졌다! 사진을 찍고나니 5시 반이 넘은 시각이었다. 버스를 타고 남포역으로 왔다. 계속 고민했던 건 버스를타면 사상역까지 한 번에 가는데 막히지 않을까..? 였다 ㅜㅜ 서울에서의 악몽들때문에 나는 결국 지하철을 3번 갈아타며, 심지어 퇴근길이라 사람 짱 많고. . . ^^!!- 그런 지하철을 타고 공항까지 왔다. 중간에 사상역에서 너무 배가고파서 물어묵이랑 매운어묵을 사먹었다. ㅎㅎ 그거먹으니까 집갈때까지 버틸 수 있을 거 같다! 지금은 무사히 공항에 도착해서 일기를 마저 쓰고 있다.
이 여정의 진짜 마지막으로
나는 지금 공항에서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현실로 돌아가는 중이라는 거다. 정말정말 돌아가는 게.. 어 그렇게 싫지만은 않네. 그래도 반가운 건 아니다. 회사갈 생각하면 정말... 눈물이 난다. 그래도 또 하는 말, 여행을 즐기기 위해서는 현생을 열심히 살아줘야지. 그게 맞지. 그래야 여행을 즐겁게 다녀올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2박 3일동안 정말 기대이상으로 충분히 알차게 놀았고 할줄알았던 생리도 아직 안 했고 발목도 안 아팠고 숙소도 만족스러웠고 날씨도 딱 원했던 그대로였으니까! 새로운 인연을 만나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했는데 그건 역시 아니었군. .. 그래도 좋은 추억을 쌓았으니 됐다.
혼자서 여행하는 건 내 로망이었다. 버킷리스트에 적었던가? 그렇지 않아도 난 정말 이런 여정이 하고싶었다. 근데 드디어 이뤘다. 20살이 된 나에게 주는 생일선물 정말 성공적으로 이뤄져서 다행이다. 정확히 내 감정을 명명해서 지을 수는 없다. 나는 이제 정말 만 19세가 되어 법적으로 홀로서는 몸이 되었고 나 홀로 모든지 해낼 수 있는 나이(그렇다고 정말 그렇지는 않지만)가 되었다. 스스로 돈도 벌고 이 여행도 나의 돈을 채워서 다녀왔다. 이런 기쁨과 행복을 꼬옥 간직해야지. 정말 이런 여정을 또 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열심히 돈벌 수 있을 거야. 얼마전에 비행기타고 김해공항 도착한 거 같은데 벌써 김포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니 약간 묘하다. 즐거운 시간은 너무 빨리 지나간다. 다행이 이 모든 걸 기록해서 언제든 꺼내볼 수 있게 됐다. 너무너무 소중하고 행복한 나의 제대로된 첫번째 여행.
여행하면서 뭔가 깊이 깨달은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그냥 내가 너무 행복했고 여기 있는 동안 정말 현실에서 벗어난 기분이었으니 됐다. 돈도 그만큼 들었으니 행복은 당연하지만ㅎㅎ 이루고 싶던 많은 것을 이번 여행으로 이뤘기에 여한이 없다. 어쩌면 그냥 내가 앞으로 또 현실을 살아갈 원동력이 되어준 거 같다. 다음여행도 이렇게 행복했으면 좋겠다. 내 여행이 행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 많은 이들, 정다스시, 강복희, 엄마아빠, 예니, 방해인, 수민언니, 서영이 등 모두모두!! (예니랑 해인이는 숨은 주역. 내가 3일동안 하고다닌 목걸이와 귀걸이를 선물해준 아이들)
그리고 엄마랑 또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이번 여행을 많이 부러워했던 게 마음에 걸려서 ㅎ ㅎ 1박2일로 엄마랑 둘이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녹아내려 꼭 데려가야지..
그럼 나 곧 비행기 탑승할거야. 정말 안녕. 부산
비행기 탑승을 앞둔 5월 10일 저녁, 김해공항에서.
그리고 마지막 서울행 비행기 위에서 소감.
서울도착. 현실로 복귀..로딩 . . .
5월 10일 밤, 서울 도착한 비행기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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