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행은 10.2일에 가려고 했던 엄마 생일선물이었다.
여기서만 진짜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녹아내려가 가고싶어서 그 김에 이렇게 짰다. 나혼자 여행다니니까 엄마가 계속 서운한 티 내서 지치기도 했고…
그래서 꽤나 전부터 얘기해뒀지만 할머니가 한달간 우리집에 오시게 된 연유로 여기까지 미뤄지게 된 것이다. 아무튼 여행전까지의 소감으로는 처음에는 기대도 많이 했고 재밌을 거 같던 시기도 있었다. 언니도 같이 가라 했을 때는 싫었다가 같이 가길 바라기도 했다. 결국 같이 못 갔지만! 여행예산은 60이었다. 내가 6개월간 10만원씩 꼬박꼬박 모아서 저축한 금액이다. 10월로 만기가 되었기 때문에 이 돈으로 다녀오기로 했다.
그렇게 정신차리니까 27일이었다.
미리 예약해준 비행기는 10시 30분 비행기였다. 전날 통합마감으로 늦게 들어와 졸린 몸을 이끌고 공항으로 갔다.
짐은 최소한으로! 1박 2일이니까.
그래서 옷도 잠옷만 챙겼다. 추울까봐 머플러랑 경량패딩도 챙겼다만- 부산은 서울보다 훨 따뜻해서- 몇번 입지는 않았다.
무사히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부산으로 갔다. 매번 드는 생각이지만… 사고가 나더라도 돌아오는 길에 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여행을 즐기기도 전에 죽으면 아무래도 좀…
아무튼 그렇게 따뜻한, 아니 조금 더운 부산에 도착했다.
도착해서 바로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배가 많이 고팠지만 짐을 얼른 치우고 싶었다. 운이 좋아 입실이 일찍 가능해서 숙소에 짐을 두고 바로 식사하러 나왔다.
첫번째 식사는 밀면이었다. 지난번처럼 본가제일밀면? 에 갈까 생각했는데, 그냥 다른 곳을 가보기로 했다. 그래서 그 맞은편에 있는 밀면집으로 갔다.
이곳은 비빔밀면이 참 맛있었다. 고기를 잘게 다져서? 갈아서? 넣어주는데 꽤나 괜찮았다. 나는 밀면의 그 쫀득한 느낌이 참 좋더라. 만두도 두개만 시켜봤는데 맛있었다.
밀면을 먹고 어딜갈까하다가 엄마가 그놈의 빵천동을 못 잊어서 또 갔다.
가서 빵집을 여러 곳 돌면서 빵을 잔뜩 샀다.
지난 번이 갔던 프랑스 제과?를 한다는.. 메~어쩌구 가게에 가장 먼저 가서 몇 가지를 샀다. 까눌레랑 이름기억안나는 특이한 빵 2개, 에끌레어를 샀다.
까눌레는 정말 최악이었다… 특이한 빵 하나는 못 먹어봤고 까눌레옆에 있던 빵이다. 나머지하나는 레몬..어쩌구 였는데 집와서 먹어보니 꽤 괜찮았다.
그리고 웁스를 갔다. 이번엔 여기 시그니처라던 명란바게트를 샀는데 얘는 정말 별로였다. 내 취향 아님 엄마 취향도 아님. 하나 맛 보고 고이 봉지에 넣어 서울로 가져왔다. 같이 산 딸기몽블랑은 맛있었다.
마지막으로 돌아오면서 무슨 기능장이 있다는 빵집에서 스콘을 5개 샀다. 내가 들어가지 말자고 했는데(왜냐면 문앞에서 들어가기 직전에 딱 안을 보니까… 너무 평범했다) 엄마가 들어가자고 해서 들어갔다. 살 게 없어서 스콘이나 샀다. 우리가 먹을 건 아니고 가족줄 거?
그렇게 빵 투어를 끝내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
숙소에서 가장 먼저 사온 빵을 맛보고 좀 쉬었다.
사실 오늘 아침 출발직전 생리가 터졌다. 그래서 오늘 컨디션도 몸상태도 별로였다. 너무 힘들어서 저녁직전까지 숙소에서 뒹굴었다.
저녁은 조개구이를 먹기로 했는데, 광안리에서 먹을까 했는데 엄마가 꼭 암남공원 숙이네를 가고싶다나 뭐라나..
그래서 한시간 반을 대중교통타고 거기까지 갔다.
막상 갔는데 숙이네는 꽉 차서 그 옆가게로 들어갔다. 계획대로 되는 건 별로 없었다.
조개구이는 그다지 내 취향은 아닌 거 같다. 원래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으니까 응응..
술마시러 온 사람들로 시끄러운 곳에서 엄마랑 나만 조용했다. 계속 주인 아주머니가 오셔서 뭐 다른 손님이 여긴줄 알고 다른 가게 갔다가 맛이 달라서 화내면서 오더라~ 이 얘기를 하는데…
내가 보기엔 여기있는 모든 가게가 다 맛이 똑같을 거 같다. 구성도.
다 먹고 계산은 엄마가 했다. 그리고 택시 부르려는데 없어서 버스타고 야시장으로 갔다.
…근데 야시장이 너무 늦어서인지 거의 다 문을 닫아서 볼 게 없었다. 그냥.. 돌아왔다. 너무 힘들어서 택시잡아 타고 돌아왔다.
그래도 바다에서 사진은 찍어야하니까 왜냐면 광안리는 밤바다니까!
사진잔뜩 찍고 돌아왔다.
오는길에 안주랑 맥주 사와서 영화보기로 했다.
숙소와서 씻고 상을 차렸다.
과자랑 빵이랑 마른안주를 차려놓고 처음에는 바이올렛 에버가든을 틀었다. 근데 지루한 감이 있어서 초반에 얼른 추억의 마니로 바꿨다.
엄마는 중간에 졸리다고 들어가 잤고 나만 끝까지 다 봤다. 재밌었다. 지브리는 언제보아도 짱이다…
마지막에는 조금 감동먹어서 울뻔했다. 나는 둘이 서로 사랑한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응원했는데…(스포) 그렇게 됐다.
휴대폰 좀 하다가 잠들었더니 다음 날 아침이었다.
일어나자마자 먹으러 간 건 브런치.
세수만 하고 바지만 갈아입고 나갔다. 브런치 가게는 로옹을 가려고 했는데 휴무라해서 결국 지난 번에 갔던 가게로 왔다. 리안 광.
여기도 맛있어서 후회는 없었다. 여긴 프렌치 토스트가 진짜 미친놈이었다. 여전히! 이른 시간이라 대기도 없었고 오렌지주스도 서비스로 나왔다. 에그 베네딕트는 프렌치토스트에 비해서 맛이 덜했다. 프렌치 토스트가 너무 맛있어서 겠지.
이걸먹고 다시 돌아가서 준비했다. 다음 목적지는 이 여행의 핵심-나만의- “녹아내려”
근데 체크아웃은 11시인데 오픈이 1시다.
그래서 아래 카페 파스구찌에서 시간을 때우기로 했다.
여기서 로판읽으면서 1시를 기다렸다.
녹아내려는 정말 최고의 디저트 가게다.
어디서도 맛 볼 수 없는 여기만의 작품…
처음 먹었을 때보다는 충격이 덜 했지만 여전히 최고였다.
오늘은 초여름 레몬이라는 메뉴랑 토바토 바질 치즈였다. 토마토 바질 치즈만 두개 먹을까 하다가 다양하게 맛 보고 싶어서 말았다.
초여름 레몬은 되게 새콤한 맛이 강한 메뉴였다. 이빨이 아팠다. 샤인머스켓 철이라고 샤인머스켓이 올라갔다.
토마토 바질치즈는 말해뭐해.. 여전히 입에서 살살 녹는다.
여기에 홍차를 마시고 다시 이동했다. 택시차고 감천문화마을로. 여기도 엄마가 꼭 가고싶단다. 나는 별로일 거 같은데..
아무튼 갔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기서부터 너무 힘들어서 진짜 잡가고싶었다.
나는 볼 것도 없게 느껴지고 재미도 없었다. 심지어… 힘들었다. 나도모르게 엄마한테 짜증을 많이 낸 거 같아서 너무 미안했다.. 나름 참았지만.. 나도 잘 모르겠다. 생리때문이야
여기서 마을 안내소에 짐보관을 했다. 지도 사고 짐 보관하면 총 3000원이다. 짐하나당 500원.
다만 5시 반까지만 맡아준다.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었다. 어차피 어디선가 찍을 생각이었고 여기가 좋을거라고 전날부터 생각했다. 흑백 셀프사진관에서 찍었다. 나는 꽤 맘에 들었다. 총 16000원.
그리고 마을을 돌아다녔다. 평일이라 한적했다.
그건 참 좋았다..
근데 먹을 것도 볼 것도 많이 없어서 일찍 출발했다. 밥 먹으러 서면으로 갔다. (조금 잘못된 선택이었다.. 거긴 마치 홍대였다..)
뭐먹을까 뭐먹을까하다가 지쳐서 그냥 규카츠 먹으러 가까운 곳으로 들어갔다. (이것도 조금 잘못된 선택이었을지도..?) 소고기가 조금 질겼다. 치즈카츠는 그냥.. 치즈돈가쓰였다.
치즈가츠 조금 남기고 나왔다. 여행오고 밥을 처음 먹어서… 좋았다. 그리고 속풀러 가는 길에 매운오뎅을 사먹기로 했다.
생각해보니까 이때 저녁먹으러 야시장이나 갈 걸 그랬다.
지하철타고 가면서 사상역에서 어묵을 사먹었다. 나는 3개 엄마는 2개. 그렇게 먹고 다시 공항으로 갔다.
시간이 많이 남아서 공항 1층 카페베네에서 커피한 잔 했다. 한시간도 넘는 여유가 우리에게 있었다.
아빠한테 데릴러 오라고 전화하고 기념품 뭐 살게 없나 생각했지만 너무 늦었고 살만한 게 별로 없었다. 그래서 그냥 말았다..!!
그렇게 무사히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효도는 정말 힘들다.. 우선 엄마 생일선물인만큼 엄마 중심으로 돌아가도록 신경써야해서 피곤했다. 나는 불효녀다.
돈은 전혀 문제가 안 됐다.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엄마랑 나는 입맛은 비슷하지만 성격은 다르다. 1박 2일동안 엄마의 수다를 나 홀로 견디려니 참 힘들었다.
-그래서 언니가 같이 여행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계속 같이 안 갈거냐고 물었지만… 결국… 이렇게 됐다-
다음에는 엄마랑 둘이서는 가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했다. 아빠랑 둘이 보내거나 언니랑 셋이 가야지…
20살 여행 중 가장 재미없고 힘든 여행이었다…
나는 불효녀 쓰레기.. 데굴데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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